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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사랑받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by 민그라운드 2022.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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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6년 전만 해도 '관종'이라는 단어는 쓰이는 장소와 뉘앙스를 초월한 비호감의 단어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단언컨대 그 의미는 뒤집어졌다. 마치 스스로의 가치를 믿고 세상 속에 던지는 것에 거침없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예전의 '관종'이 민폐의 느낌을 풍겼다면 지금의 '관종'은 자존감의 단어가 되었다. 정말 지각변동 혹은 천지개벽 같은 사건이지 않을까. 바야흐로 관심으로 먹고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영감을 주는 단어가 되었다.

 

아무래도 기획 일을 하다 보니 여러 작업물을 맞이하는 기회가 많은데 그럴수록 옆자리 동료와 매일 결심하는 내용도 매번 같다.

 

우리 관종이 되어야 해요.

 

예전에는 관종이라는 단어가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특이하거나, 텔레비전에 나올 정도로 특별한 사람들의 고유명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규모에 상관없이 빛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많이 확장되었다. 일반인이 신분을 유지하며 연예인이 되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언급했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가 비단 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 특유의 '관종끼'는 평범한 직장인이 회사를 벗어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까지 만들어 주고 있다.

 

평범함을 추구하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결국 관종 추종자가 아닐까.

 

관종이라는 단어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그에 따른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관종을 바라보는 인식은 차갑기만 하다. 아직도 하나의 개성을 온전하게 인정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인 걸까. 자신의 생각과 조금만 달라도 달려드는 사람들이 알고 보면 나와 같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평범한 사람들 중 몇몇이라는 것을 때론 받아들이기 힘들 때도 있다.

 

내년의 나는 조금 더 그런 시선을 견디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노마드가 되기 바라면서 오늘도 글을 적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관종이 되기로 결심한 순간에도 견디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평가. 합리적인 비판이야 기분이 상할 일 없이 성장하는 맛도 있어 일석이조라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굳이' 맞지 않은 콘텐츠에 '굳이' 나타나서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글쓴이의 의도와 콘텐츠의 목적과는 다르게 정치색까지 드러내며 뱉어내는 댓글을 볼 때 가슴이 두근거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있다. 세상에 나를 내던졌으니 사랑만 받으며 살 수 없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다. 노력하고 목표로 하는 이상 미래는 내가 생각한 것과 비슷하게 다가오는 모양이지만 그 곁에는 꼭 불청객이 껴있는 것처럼 말이다.

 

경험상 어떠한 노력의 결과물도 단일적인 요소가 아닌 종합 선물 세트처럼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함께 가져오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관심을 받기로, 사랑을 받기로, 때로는 비판도 받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비난까지 감수하기로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 피드백 아닌 비난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가장 어이없는 말은 "저 사람은 저 정도 받으니까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하는 것이다.

 

다른 종을 대하듯 하는, 그 사람도 본인과 똑같은 피가 흐르는 인간임을 간과하는 듯한 말을 들을 때마다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낯설어지기도 한다.

 

좋아하는 연예인, 오래 보고 싶습니다.

 

변방의 콘텐츠 기획자인 나는 사실 이런 일이 흔하지는 않다. 하지만 연예인들은 그런 점에서 대단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그런 고통에서 조금 자유로워 지길 바란다. 사람들이 조금 더 그들을 얇은 디스플레이 너머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사랑은 덧셈의 영역이지 비난의 밑거름이 될 수 없다. 거대한 일에는 거대한 책임이 따른다지만 감정에 있어서는 한 사람 분의 일만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상에 영감을 주는 나의 뮤즈에게 감사를 표하며 오래 볼 수 있길 기원한다.

 

 

2020. 07

 


 

브런치에 발행한 글을 약간의 수정 후 옮겨온 글입니다.
이곳에서 가장 최근의 에세이를 볼 수 있어요. 😀
https://brunch.co.kr/@crystal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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