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에세이4 이 세상의 모든 9(아홉수)에게 지금은 9월, 드디어 1년 12달 중 가장 친애하는 달을 맞이했다. '왜 9월을 가장 좋아하느냐'라고 묻는다면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냐'는 말 대신 조금 더 영양가 있는 답을 할 자신이 있다. 우선 첫 이유는 내가 가을에 태어나서다. 어릴 때야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 드물지만, 지금은 기분이 좋은 날이 드문 나이가 되었으니 별일 없이 지나가는 생일도 기쁜 일이 된다. 풍요로운 가을 태생의 사람은 여유롭다는 말이 있어 그런지 여유가 넘치다 못해 게으른 사람으로 자라버린 것이 문제라면 문제지만 그래도, 그래서 가을이 좋다. 생년월일 여덟 숫자 중 무려 50%가 9인 것도, 9월을 사랑하는 이유로 설득이 되면 좋겠다. 9라는 숫자는 남은 1만큼 여유가 있으면서도 10에 가까워 가득찬 느낌을 주는 묘한 숫자다.. 2022. 1. 28. 사랑받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한 5~6년 전만 해도 '관종'이라는 단어는 쓰이는 장소와 뉘앙스를 초월한 비호감의 단어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단언컨대 그 의미는 뒤집어졌다. 마치 스스로의 가치를 믿고 세상 속에 던지는 것에 거침없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예전의 '관종'이 민폐의 느낌을 풍겼다면 지금의 '관종'은 자존감의 단어가 되었다. 정말 지각변동 혹은 천지개벽 같은 사건이지 않을까. 바야흐로 관심으로 먹고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영감을 주는 단어가 되었다. 아무래도 기획 일을 하다 보니 여러 작업물을 맞이하는 기회가 많은데 그럴수록 옆자리 동료와 매일 결심하는 내용도 매번 같다. 우리 관종이 되어야 해요. 예전에는 관종이라는 단어가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특이하거나, 텔.. 2022. 1. 24. 스물아홉 반의 보고서 7월이다. 지난 29년 간의 삶을 되돌아보면 항상 이 시기에 '반년 동안 도대체 나는 무얼 했나'하는 한탄 섞인 말이 나왔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남은 반년은 지난 반년보다 3배는 더 빠르게 지나갈 것임을. 7월 말부터 휴가가 시작될 예정이었기에 8월도 금방 가는 기분이 들 것이며, 9월 말에는 추석도 껴서 거의 순삭일 것이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면 2020년, 내 스물아홉도 한 분기만 덩그러니 남아있게 될 것이 뻔했다. 20대를 정리해보자는 각오로 시작된 2020년이지만 모든 것이 시원치 않았다. 충분한 생을 산들 '29살'은 또 처음이었기에, '30살'은 또 초면이었기에 미숙한 날들이 한 땀, 한 땀 비뚤빼뚤 박음질되는 중이다. 돌아보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내 생에 가장 이벤트가 많았.. 2022. 1. 15. 아이스크림 하나와 맥주 한 병에 담긴 마음 이번 설은 집에 내려가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나에게 관심도 없는 어른들이 건네는 무의미한 말에 하나하나 상처받는 내가 싫어졌기 때문이다. 왜 그동안 그런 학대에 가까운 상황들을 참고 견뎠는지 모르겠다. 부모님께는 "성공하기 전까지는 명절에 집에 안 내려가!" 당차게 말했지만, 글쎄 성공이 뭔지 해봐야 알지. 쓸쓸하면서도 혼자 보낼 생각으로 설레는 연휴의 시작은 자연스레 술과 함께 하기로 했다. 나의 위대하고도 쪼들리는 술의 역사는 올해로 10년 차를 맞이한다. 그 나이 때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대학교 예비대에서 소주라는 것을 처음 맞보았었다. 하지만 그날을 음주라는 본격적인 행위의 인트로로 정하기엔 소주가 너무 맛이 없었다. 아무래도 스무살의 나는 지금과는 달리, '부어라, 마셔라' 분위기로 술을 .. 2022. 1. 10.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