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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굿모닝 페이지] 혐오의 시간은 늘 있는 것

by 민그라운드 2022.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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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로 넘쳤던 나에서

다시 최저의 나로 내려왔다.

 

아무래도 나는 아주 꾸준히

경미한 조울증을 앓고 있는 것 같다.

남들보다 기분의 최고와 최저의

폭이 크고 그 주기가 요동치는 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2월에 들어섬과 동시에 혐오 구간에

접어들면서 다시 또 인생에 대한

회의감과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리고 늘 그랬듯 괜찮은 척을 하고 지냈다.

 

하지만 혼자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그저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에

의미 없는 시간을 낭비했다.

 

딱히 보고싶어서 보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많아서 그런 것도 아닌데

이 흘러가는 시간들을 도저히

생산적인 곳에 쏟을 수 없는 느낌

 

흐르는 강물같은 시간들은

맨손으로 잡으려 조차 않고

축 늘어진 채로 담그고만 있는

날이 지속됐다.

 

하지만 서른한살의 나는 다르다.

혐오의 시간에 빠질지언정

다시 기분이 올라갈 것임을 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힘은 없지만

안 하면 곤란해지는 일들만

해내가며 내 삶의 책임을 다했더니

 

그래도 조금씩 기분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도 그렇다. 아무리 잘 봐도

이 글을 굿모닝 페이지라고 할 수 없다.

 

굿이지도 않고 모닝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쓴다. 왜냐면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것을 담아 놓는 것이

나를 가장 차갑게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카뮈가 생각난다.

위로받는다.

 

"삶에는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살아야 할까?"

 

나는 어떤 희망 때문에

돈을 버는 것도

삶을 지속하는 것도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내가 태어난 것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듯이 오늘 하루를 채워내겠다는

이 마음도 의미 없이 행하는 것이다.

 

자유롭다.

하고 싶은 것만 한다는 것에

하고 싶지 않은 것도 한다는 것에

자유롭다.

 

의미는 어떤 나에게는 대단한 것이지만

또 어떤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부조리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눈을 꿈뻑이고 손을 움직이는

지금의 나의 자유만 있을 뿐이다.

 

자유는 자유 자체로 봐야 하지

그 자유가 좋은 것을 가져다준다고

착각하고 희망하고 절망하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다.

 

나의 좋지 않은 상태를 관망한다.

내가 나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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